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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검시관

corgan 2008. 12. 31.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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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을 읽을 때는 작품의 전개와 구성, 기법 등을 주목한다. 이것은 내가 추리소설가이기 때문. 이런 독서법을 가진 내가 최근 감동한 작품이 바로 요코하마 히데오의 <종신검시관>이다.

'종신검시관'이란 별명을 가진 L현경(縣警)의 구라이시를 내세운 연작으로, 모두 여덟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사건 현장을 중심으로 풀리지 않은 의혹을 해결해 나가는 이 작품은 유명작가 퍼트리샤 콘웰의 <법의관>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콘웰이 1인칭 시점에서 스토리를 전개해 간다면, 이 작품은 다른 등장 인물들의 시각과 입장에서 검시관인 구라이시를 묘사하고 있다. 이런 기법을 통해 주인공의 카리스마는 보다 강력하게 부각되는 장점이 있다.

옮긴이의 말

구라이시는 차갑고 모질어 보이지만 어떤 인물보다 인간적이며,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언제나 사람을 판단의 중심에 놓는다. 구라이시의 이런 면모는, 어쩌면 우리 사회의 리더에게 가장 결핍돼 있는 요소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다 보면, 구라이시로부터 '실종된 아버지'나 '모시고 싶었거나 되고 싶었던 리더'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

또 그가 우리에게 펼쳐 보이는 인간의 욕망과 인간성의 본질은, 책을 덮는 순간 가슴을 누르는 묵직함 구게감으로 다가온다.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탄탄한 미스터리 구조에 이끌리다 보면 어느새 독자들은 사회와 인간의 맨얼굴과 맞닥뜨리게 된다. 장르적 재미와 긴장감이 삶의 무게감으로, 또 긴 여운의 감동으로 이어지는 작품이다.


인간관계가 모티브가 된 사건들,
그리고 따뜻한 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