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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축사

corgan 2007. 4. 11. 03:19
영화평론가 정성일 님의 2007년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영화제 축사.
상처받는 것에 대해 겁먹지 않고 현실 속에서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

.....벌써, 그렇게 학교를 떠나는 당신을 응원하면서

벌써 여러분들과 작별인사입니다. 저는 연출 전공분들과는 입학 면접에서 처음 인사를 했고, 그런 다음 여러분들을 어느 봄날 수업시간에 만나 함께 공부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저에게 영화를 생각하는 좋은 친구들이었고, 매우 맹렬하게 자기의 길을 향해 나아가는 학생들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그 시간은 저에게 언제나 즐거운 시간이었으며, 여러분들의 글을 읽는 것은 저의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행복한 시간은 끝났습니다. 즐거운 시간은 지나갔습니다. 여러분들은 이제 학교를 떠날 것이며, 세상 바깥에서, 이른바 충무로라고 불리는 곳에서, 제도 안에서, 영화를 만들게 될 것입니다.

세상은 여러분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잔인하게 마음을 찢어놓을 것이며, 매우 교활하게도 당신들 앞에서 웃음을 지으면서 당신들의 생각을 훔쳐갈 것이며, 아주 끔찍하게도 이리저리 당신의 재능을 소진시킨 다음 어느 추운 날, 거리의 개처럼 내다버릴 것입니다. 물론 아주 예의바른 웃음과 말투로 당신에게 도리를 다했다는 인사말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평론가들과 저널들이 당신의 영화를 지지한다고 말할 때 그 혓바닥을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아마도 그 혀는 어떤 채찍보다도 탐욕스럽게 당신을 팔아먹을 것입니다.

제가 할 말은 많지 않습니다. 단지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에게 올바른 길을 선택하라고, 당신의 세상에 대한 믿음이 무엇이냐고, 당신의 선생들이 그렇게 진심을 갖고 물어보았을 때조차, 당신의 개소리를 나는 믿지 않으니 제발 나는 내 길을 가게 내버려 달라고 하소연 했습니다. 나는 그 하소연의 진정성을 믿습니다. 그런데 그 하소연을 하던 당신이 왜 충무로에 가면, 제도권에 가면, 그렇게 쉽게 포기하고, 돈에 미쳐서, 명성에 홀려서, 제작자의 요구대로, 프로듀서의 바램대로, 그렇게 역겨운, 후진, 진부하게, 그들 앞에서 재롱이나 떠는 영화를 만드냐는 것입니다.

나는 당신들께서 입학 면접에서 하셨던 그 말을 기억합니다. 저에게 영화를 할 수 있는 용기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그러면 저는 진심으로 영화를 하겠습니다. 분명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은 진심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그리고 맹세했습니다. 당신은 그 말을 이제부터 지켜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영화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만일 당신이 한 말이 거짓말이었다면 당신은 그저 제게 (........) 일 뿐입니다. 당신이 그 진심을 지켜낸다면 저는 당신을 이제 친구로서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소중한 영화작가로서 있는 힘을 다해 응원할 것입니다. 저는 당신을 믿습니다.

당신의 졸업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2007년 1월, 당신과 함께 소중한 시간 함께 공부했던 친구 정성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