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Talk

800만 가지 죽는 방법

corgan 2010. 10. 8. 18:16
요새 시간에 쫓기는 생활 중이라 책 읽을 시간이 많지 않다 ㅜㅜ
이 책은 하드보일드 쪽의 고전이라고 하길래 골라 보았음..

미국 추리문학의 대가 로렌스 블록의 하드보일드 추리소설. 지은이는 개성있는 주인공들을 통해 대도시의 허무와 고독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대실 해밋과 레이먼드 챈들러를 계승했다고 평가받는다. 그가 발표한 40여편의 소설들은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그 중 5편은 TV 시리즈와 영화로 제작된 바 있다.

무면허이자 알코올 중독자 탐정 매튜 스커더는 그가 창조한 대표적인 탐정으로 1973년 <성스러운 술집이 문을 닫을 때>를 통해 처음 등장했다. 그는 전문 탐정도 아니고 주먹이 세지도 않다. 매일같이 바에서 시간을 때우고, 냉철하게 임무를 처리하기는커녕 의뢰인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처럼 느껴 술잔을 기울인다. 그가 이처럼 감상적인 성격을 지니게 된 것은, 한때 경찰이었으나 실수로 아이를 쏜 후 알코올 중독에 빠져 모든 것을 잃은 과거와 무관하지 않다.

1982년 작인 <800만 가지 죽는 방법>은 매튜 스커더 시리즈의 대표작이다. 책의 제목은 뉴욕 시의 인구가 800만이니 죽는 방법 역시 800만 가지라는 뜻으로, 연일 살인과 자살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는 뉴욕의 사회상을 빗댄 말이다. 이 작품으로 블록은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탐정의 눈으로 현대 뉴욕의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탁월하게 그려냈다'는 찬사와 함께 1983년 셰이머스 상 최우수 장편상을 거머쥐었다.

내 이름은 매트고요, 알코올 중독자입니다. 내가 아는 한 여자가 어젯밤에 살해되었거든요. 자기가 살해되지 않도록 지켜 달라고 나를 고용했는데, 나는 그녀가 안전하다며 안심시켰어요. 그녀는 나를 믿었던 거예요. 살인자에게 속아 그놈을 믿었는데, 지금 그녀가 죽어버렸다고요.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괴로워 미치겠어요. 내가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거리마다 술집이 있고, 동네마다 주류 판매소가 있잖아요. 술을 마신다고 그녀가 다시 살아날 리도 없지만, 술을 끊는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요? 왜 내게 이런 일이 닥친 걸까요? 뭣 때문에?

내 이름은 매트고 알코올 중독자예요. 우리가 이 엿 같은 방에 앉아서 노상 같은 이야기를 지껄이는 동안, 바깥 세상은 온통 서로 죽이고 죽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에요. 다들 술을 입에 대지 말고, 금주 모임에 참석하라고들 말하지요. 술을 끊는 건 중요하면서도 간단한 일이라고들 말하지요. 어느 날 갑자기, 끊어 버리라고들 말하지요. 우리가 세뇌당한 얼간이들처럼 똑같은 말을 되뇌고 있는 동안 세상은 파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요.

"그녀가 살해된 일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왜, 어떻게 그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도 알고 싶지 않고요. '워터십 다운의 열한 마리 토끼'라는 책을 읽어 보신 적 있나요?"

읽은 적이 없었다.

"그 책에 토끼 마을이 나오거든요. 인간들에 의해 길들여진 토끼들의 마을이죠. 인간들이 토끼를 위해 음식을 마련해 주기 때문에 식량은 충분해요. 식량을 주는 사람들이 이따금 덫을 놓아 토끼 고기를 먹으려고 드는 것만 빼면 토끼 천국이라고 할 수 있죠. 살아남은 토끼들은 절대로 덫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덫에 걸려 죽은 친구들에 대해 말하는 법이 없어요. 그들은 덫이라는 것이 존재하지도 않는 듯이 죽은 동료들이 아예 살았던 적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히 행동하기로 무언의 약속을 한 셈이죠."

그녀는 이야기하는 동안 시선을 돌리고 있다가 문득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뉴요커들이 마치 그 토끼들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여기 사는 건 문화든 일자리든 간에 이 도시가 주는 뭔가가 필요해서죠. 그리고 이 도시가 우리 친구나 이웃들을 죽일 때 우리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보죠. 그런 기사를 읽으면 하루나 이틀쯤은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곧 잊어버리는 거예요. 잊어버리지 않으면 그 일에 대해 뭔가를 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기 때문이죠. 그러지 않으려면 이 도시를 떠나야 하는데 떠나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우린 마치 그 토끼들 같아요.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