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Talk

고민하는 힘

corgan 2009. 11. 14. 20:10
그것은 아마도 겉으로 보이는 모습 때문이 아니라 청춘의 요소를 아직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원숙'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은 유치함과도 관계가 있지만, 나는 그것도 괜찮다고 스스로 위로합니다.

그러나 늦게 온 우리 뮤즈의 이 발명품도
우리 병든 인종이 젊음에 바치는
깊은 흠모를 막지 못하리,
- 성스러운 젊음, 순박한 모습, 다정한 이마
흐르는 물처럼 맑고 깨끗한 눈동자,
그 향기, 그 노래, 그 부드러운 열기를
하늘의 푸름처럼, 새처럼, 꽃처럼 무심코
모든 것 위에 널리 퍼트려 주는 젊음에!

- 보들레르의 '저 벌거숭이 시대의 추억을 나는 좋아한다' 중에서

뭐라 말할 수 없는 권태와 끓어오르는 정념으로 찢어지고,
나아가지도 물러나지도 못하는 청춘의 참혹함을 갖고 살았던 때,
홀로 하숙집의 어둠 속에서 몇 번이고 중얼거렸던 시의 한 구절입니다.

나 스스로 '나는 왜 일을 하고 있는가'라고 물어볼 때가 있습니다. 이리저리 생각을 해보면 결국 '타자로부터의 배려를 원하기 때문에'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지위나 명예는 필요없다고 말하면 거짓이 될 터이고 돈도 필요하겠지만, 가장 큰 것은 타자로부터의 배려입니다. 그것을 통해 사회 속에 있는 자기를 재확인할 수 있고, 나는 이렇게 살아도 된다는 안도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감과도 관계가 있는 듯이 보입니다. 인간이라는 것은 '자기가 자기로 살아가기 위해' 일을 합니다. '자기가 사회 속에 살아가고 있어서 좋다'는 실감을 얻기 위해서는 역시 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사랑은 어떤 개인과 어떤 개인 사이에 전개되는 '끊임없는 행위의 결과'이기 때문에 한쪽이 행동을 취하고 상대가 거기에 응하려고 할 때 그 순간마다 사랑이 성립되는 것이며, 그런 의지가 있는 한 사랑은 계속될 것입니다. 사랑은 계속 모습이 변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매 순간 둘 사이에 물음이 있고 서로 그 물음에 대해 반응할 의지가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상대가 던지는 물음 하나하나에 대응하다가 마지막에 상대가 던지는 물음에 대응할 의지가 사라지게 되면 사랑은 끝이 납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사랑은 그때그때 상대의 물음에 응답하려는 의지입니다. 사랑의 모습은 변합니다. 행복해지는 것이 사랑의 목적이 아닙니다. 사랑이 식을 것을 처음부터 겁낼 필요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