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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두 번 떠난다

corgan 2009. 2. 5. 00:35

요시다 슈이치의 '여자는 두 번 떠난다'는 제목에서 암시하듯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또한 이 책에 실려있는 11편의 에피소드는 모두 남녀 간의 만남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다.

각 에피소드의 화자들은 3인칭 시점을 채택한 '열한 번째 여자'를 빼고는 모두 남자들이다. 이들은 대체로 도시에서 빠듯한 생활을 하는 프리터들이거나 가난한 고학생들이다. 이들의 곤궁한 삶에 우연히 여자들이 끼어들며 각각의 지리멸렬한 일상에 작은 파장이 인다. 그리고 어떤 이유로 인해 이별한다.

이런 만남과 이별의 과정은 지극히 통속적이다. 화자인 남자들은 함부로 사랑을 말하지 않는 대신 불안한 삶에 틈입한 불청객 또는 욕망의 대상에게 필요 이상으로 집착하거나 얼마나 거리를 유지해야 할지 가늠하지 못해 우물쭈물한다. 이들이 맺는 관계는 구체적이되 그 관계의 모티브가 되어야 마땅한 감정은 피상적이다. 이 감정의 피상성으로 말미암아 남자들은 여성과의 연애 관계에 있어서 비겁해진다. 한편으로는 그 비겁함을 들키고 싶지 않아 전전긍긍한다. 한마디로 쿨해지려다 보니 찌질해지는 것이다.